카쿠쵸 그 범천의 간부인지라 보여주기식으로 결혼 한 척을 해야만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키세키랑 결혼식 올렸을 것 같지 카쿠쵸는 키세키가 아닌 다른 상대랑은 아무리 거짓된 관계라 해도 평생의 반려로서의 감정을 나누고 싶지 않았어서... 수령과 대략적인 일정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는 대뜸 키세키를 찾아가서는 이래

 

저랑 결혼해주세요.

...내가 왜?

 

예상은 했지만 매몰찬 반응에 카쿠쵸가 헛웃어 키세키가 고개를 기울이며 취했어? 묻는데 조금 서글픈 심정이야 서로를 사랑하면 뭐해 여전히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잖아 그대로인 만큼 달라진 것도 하나도 없어

 

이유라도 물어봐주지... 물론 카쿠쵸가 갑자기 말을 던지긴 했다만 제 마음은 키세키의 반응에 납득하지 못해 결국 카쿠쵸가 솔직하게 자기가 지금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니까 키세키가 고민하더니 마음대로 하라며 건성으로 대답하네 카쿠쵸가 조금 슬픈 표정을 지으니 키세키가 미간을 구겨

 

너 내가 그런 표정 짓지 말라 했잖아.

이런 표정이 뭔데요.

...

거짓으로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게 죽을 만큼 힘들어요?

어.

 

카쿠쵸가 한숨을 푹 쉬고는 겉옷을 챙겨 결혼식은 한달 뒤에 올릴 거니까 알고 있으라고 어차피 서류 상으로는 올라가는 것도 없을 거라고 ... 괜한 걱정 말라고 하는 말이지 그러게 키세키가 카쿠쵸를 따라 도쿄로 가면 전부 해결될 것을 고집은 더럽게 세서 도무지 이길 수가 없어

 

카쿠쵸가 나가고 나니까 괜히 집에 한기가 도는 느낌이야 키세키가 무던한 낯으로 무릎을 끌어모아 아주 오래전부터 울고 싶었어 카쿠쵸를 떠나야만 했던 순간부터... 아니야 그것보다 더 이전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첫단추를 잘못 꿰면 천천히 풀어내서 바로 잡으면 되는데 억지로 옷깃을 잡아 죄 뜯어버린 대가야

 

울고 싶어도 지금은 울 수가 없어 난 네가 울 때 달래줄 수 없으니까

미안해 고마워 괜찮아 사랑해 좋아해 전부 키세키는 진심을 담아 할 수 없는 말이니까

 

키세키가 전보다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든 말든 시간은 착실히 지나고 식을 올리기로 약속한 날짜가 가까워져 자연스럽게 데리러 온 카쿠쵸를 키세키도 딱히 밀어내진 않아 하루만 참으면 돼 ...언제부터 제가 카쿠쵸를 생각해줬다고 참네 마네 하고 있네... 눈 한 번 깜박이고 나니 면사포에 드레스에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다 해주니까 손 하나 움직일 필요가 없어 최대한 외부에 알려야 하는 상황이라 야외에서 식을 올린다는데 키세키는 감흥도 없으니 그러든지 말든지 했고

 

본식이 시작될 때까지 키세키는 카쿠쵸를 코빼기도 못 봤어 얘... 오긴 한 건가... 나 홀로 결혼하는 건가 이거... 그런 의문을 품을 쯤에 얌전히 부케를 들고 있으니 멀리서 카쿠쵸가 카펫을 따라 걸어와

 

모든 게 그대로인데 모든 게 변해버린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지금 이 순간일 지도 모르겠어 자신만을 바라보는 카쿠쵸를 마주하니 키세키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 주례사가 뭐라 말하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내가 지금껏 너에게 무슨 짓을 했던 걸까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넌 왜 날 원망하지 않아?

 

카쿠쵸를 바라보며 울먹이던 키세키가 서럽게 울기 시작해 얌전히 할 일을 하던 주례사는 당연하고 하객석에 앉아있던 범천 간부들까지 죄 당황했지 ...딱히 깊은 사이 아니라며? 그렇게 말하는 듯한 수령의 시선을 눈치채지도 못한 카쿠쵸는 자리에 얼어붙어 있어 제대로 당황했거든 침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의로 우는 키세키의 모습은 처음 보니까 약을 하고 정신을 놓았을 때면 몰라도 지금은 맨정신인데 그것도 키세키 본인은 관심도 안 보이던 가짜 결혼식에서 서럽게 우는 이유가 뭐야... ...십 년 넘게 곁에 있어도 카쿠쵸는 키세키를 모르겠어

 

지금 카쿠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키세키를 품에 꽉 끌어안고 들썩이는 몸을 쓰다듬으며 진정하라고 속삭이는 것밖에 없으니까 울지 말라고는 안 해 솔직히 말하자면 우는 모습이 싫은 건 아니니까 웃을 때가 가장 예쁜 키세키지만 우는 것도... 추잡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키세키가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뚝뚝 끊어지는 음절로 넌 왜 날 매번 병신으로 만드냐고 말해 카쿠쵸는 자기가 잘못했다며 사과하고 잘못은 늘 키세키한테 있는데 사과하는 사람은 항상 카쿠쵸야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지 마 사과하지 마 전처럼 원망하고 미워하라고 사랑하지 말라며 키세키가 정제되지 못한 말을 내뱉어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을까 가짜 결혼식은 엉망이 됐어 키세키가 죄 망친 꼴이지 그럼에도 카쿠쵸는 키세키를 사랑하고 일이 전부 꼬여버렸는데도 원망하는 말 한 번을 안 해 키세키가 자책에 물들어 약을 하려 하면 카쿠쵸가 손목을 꽉 틀어잡아 이거 때문에 몇 달을 도쿄로 돌아가지 못하고 삿포로에서 머물렀던 카쿠쵸야 수령도 이제는 카쿠쵸를 포기한 모양이고

 

사랑에 눈이 먼 사람을 어떤 수로 말리겠어 산즈가 그냥 죽여버릴까? 묻는 말에 사노가 고개를 휘저어 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불행할 거라며

'いつもここで息をして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22.03.16
🦋  (0) 2022.03.16
🦋  (0) 2022.03.12
🦋  (0) 2022.03.12
🦋  (0) 2022.03.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