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세키가 떠올리는 자신의 청춘과 카쿠쵸가 떠올리는 자신의 청춘의 시점은 완벽하게 다르다는 점이 좋아요

 

키세키 씨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것도 카쿠쵸를 만나기 전의 과거를 떠올렸기 때문이겠죠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흐릿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키세키와 눈을 맞춰요 내친김에 입도 맞추고 나면 밀려오는 당신의 슬픔

 

사랑받고 싶지 않다면 제 사랑에 당신의 절망을 덧씌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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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암막 커튼 치고 자는 거 깜빡했네 메마른 입을 뻐끔거리면 들어차는 불쾌한 공기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강한 햇살 주변을 둘러보면 감도는 적막이 익숙해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까지 전부

 

어느 미래에서의 셋은 한 지붕 아래 함께 지낸다 했죠 아무래도 남자 둘이 반사 소속이라서 이동이 잦고 거처를 자주 옮겨야 해서 셋이 함께 사는 곳을 '집'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가끔 돌아가고 싶어지는 공간 안식처 이상의 의미는 가질 수 없습니다 위험하니까요

 

키세키는 집 밖으로 쉽게 나올 수 없는 처지예요 이 시기쯤 키세키 일가 실종 사건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았던지라 더 사렸고요 ... 둘 중 하나라도 옆에 끼지 않으면 본인도 외출을 꺼려했습니다 마치 낯선 이국의 땅을 밟는 어린 아이처럼 머뭇거리게 돼요

 

그런 이유로 집이 될 수 없는 허나 유일한 안식처에는 키세키 혼자 머무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잠든 사이 새벽에 카쿠쵸가 왔다가 아침이 밝아 눈을 뜨기도 전에 도로 나가버리고 어쩔 때는 대낮에 갑자기 산즈가 찾아오기도 하고요 완전 멋대로죠 ...일이 바빠지면 이주 삼주 한달 방치되는 것도 익숙해질 법하지만 키세키는 아직 자신의 고질적인 외로움을 해결하지 못했어요 자주 울었습니다 가끔은 소리도 질렀고요 목이 터져라 불러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서 더 절망적이에요 이럴 거면 따라오지 말걸 그랬어요 무슨 바람이 들어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던 집에 오고 만 거예요

 

일이 터진 건 공소시효까지 반 년이 채 남지 않았을 때

 

범천의 수령이 죽었습니다 드물게나마 얼굴을 비추던 카쿠쵸가 다시 자취를 감췄어요 오랜만에 본 카쿠쵸의 낯이 새하얗게 질린 터라 상황이 많이 안 좋냐고 묻자 키세키의 품을 한가득 끌어안아요 ...금방 올게요. 금방 못 온다는 거겠죠 주먹을 꽉 쥐었다 푼 키세키가 입을 뻐끔거리다 맙니다 암막커튼을 치고 자는 것을 깜빡한 오늘 아침처럼...

 

인간은 왜 숨을 쉬면 살아있는 것일까요 이게 사는 거라면 죽음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평생 지닐 의문이에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비록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해도 지금 자신이 죽음과 가장 가까운 형태라는 것은 알 수 있어요 ...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온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공동 현관에서부터 살짝 멀어진 순간 뒤로 누군가 따라붙었어요 진작 눈치챘지만 모른 척하고 쓰레기 봉지를 구석에 던져둡니다

 

나름 고급 아파트 단지라고 쓰레기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요 빠르게 걸음을 옮겨 돌아가려는데 정장 차림의 어떤 남자가 키세키의 앞을 가로막아요 ...울었나? 눈가가 빨갛게 부어올랐어요 저보다 앳되 보이는 얼굴 사회 초년생이려나 멋대로 짐작하려던 찰나 남자가 품에서 경찰 수첩을 꺼내 보입니다

 

키세키 쿄우 씨?

...

잠깐 얘기 좀,

사람 잘못 보셨어요

 

얼굴 익숙해 위험하다 최근 카쿠쵸가 경찰이 뒤를 캐고 다니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던 참인데요 어렴풋이 봤던 서류의 증명사진이... ...

 

당신, 알고 있어요

...

어째서인지 당신의 출생 정보는 어느곳에도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

꼭 누군가 지워버린 것처럼

더 할 말 있어?

네, 많으니까 저랑 잠시

뭐 때문에 나한테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

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가세요 그쪽도 죽여버리기 전에. 허... 나오토가 헛웃고는 자신을 지나쳐가는 키세키의 뒷모습을 바라만 봐요 지금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경찰한테 거처를 들킨 것 같아. 혹시 모르니 너희도 조심,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쿠쵸가 황급히 되물어요 지금 어디예요? 그 사람은 갔어요? 집이에요? 지금 갈게요. ...역시 이곳에 집이라는 단어는 과분해요 텅 빈 공간을 느릿하게 훑어보던 키세키가 눈을 감아요 잠시만이라도... ...

 

왔네

와야죠 그럼

굳이 위험하게

어차피 다 알고 있을 텐데요

 

얼굴 기억나요? 네가 준 문서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이름은? 따로 안 알려줬고 수첩에서도 그것까진 못 봤어. ...다친데는 없어요? 질문 순서 바뀐 거 너도 알고 있지? ... ...

 

그래요 카쿠쵸에게는 언제나 키세키가 아닌 다른 것이 우선이었으니까요 그게 명예든 야망이든 어떤 남자를 위한 평생의 충성이든... 키세키도 서운하다거나 슬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런 같잖은 감정을 가지겠냐며 단지 미련이 남는 자신이 혐오스러울 뿐이라면서요

 

이런데도 여전히 사랑해버려서 비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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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키 씨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웃는 게 예쁜 사람

그거 말구

...안 가리고 잘 먹는 사람?

 

아 출출한데 풀이나 뜯어 먹을까

카쿠쵸 왜 저래?

쟤가 저러는 게 하루이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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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집안에서 평범한 사랑을 받아 평범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키세키는 대학에 갔을 거예요 바로 취업했을 것 같진 않고요 전공은 확신할 수 없다만 워낙 하나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성격인데다 어떤 분야에서든 필요 이상의 재능을 보이니 악기를 다룰 것 같기도 하고요 손을 많이 쓰는 것 활을 쥐고 싶어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하프가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카쿠쵸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요 역시 몸 쓰는 게 어울려요 인간의 선의를 믿기 때문에 경찰 같은 공익을 위한 직업을 가질 수도요 다만 어제 꾼 꿈에서 카쿠쵸가 수영 전공의 체대생이었던 관계로... 어차피 존재하지 못할 세계이니 제 무의식의 취향대로 가보려고요

 

체대생 카쿠쵸 이 한 단어로부터 그 어떤 거리감도 느낄 수 없다는 게 흥미롭네요... 대학생 수영 강사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잘하면 첫사랑 수영 선생님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워낙 시원시원하고 장난기 많으니까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잘 어울려줄 거예요

 

반면 음대생 키세키는 좀 웃겨요 흥미롭긴 한데 이제 약간 다른 방향의 흥미인 거죠 사랑받고 자랐으니 타인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랑이 지금보다 더 많을 거예요 완전히 혼자 지내진 않아도 적당히 선을 그어가며 좋은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이상적인 이십대 초반의 삶을 살고 있겠네요

 

둘은 여전하게도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 제 3자가 개입하지 않으면 만날 일이 없을 거예요 사람을 좋아하는 카쿠쵸와 사람을 불신하는 키세키라서 키세키는 부러 인맥을 늘리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들 좋다고 와주는데요 굳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주 오만한 사고방식이에요

 

그런 이유로 접점이 생긴다면 키세키와 이미 친분이 있었던 누군가로 인해서겠죠 카쿠쵸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수영장에 키세키의 사촌 동생을 퐁당 빠트려 봅시다 키세키는 의외로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관대하고 친절하거든요 그날도 자신을 너무 좋아하는 사촌동생의 수영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을 거예요 이윽고 락커룸에서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나오는 동생의 모습이 보입니다 누나가 머리 바싹 말리고 나오라 했지, 감기 걸린다고. 헤헤 웃는 사촌동생의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는 키세키가 이모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요구는 가볍게 무시해요

 

그런 동생의 뒤를 따라 나오던 카쿠쵸가 있습니다 문득 고개를 뒤로 돌렸던 동생이 환히 웃으며 손을 휘젓고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해요 키세키의 시선은 아래에서 위로 아주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눈이 마주치면

 

어라

꼭 어디선가 만났던 것 같은 느낌이

 

운명이라는 단어를 믿지 않아요 그런데 뺨을 살짝 붉히며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카쿠쵸의 낯이 익숙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꼭 다른 세계의 어디선가 뚝 떨어진 것 같은 너의 존재

 

첫만남은 뻔한 클리셰가 어울리잖아요 실제로 어딘가의 둘은 언제나 마음이 이어져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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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위 인생이어도 너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으니까 우린 안 되는 거야

 

키세키가 카쿠쵸에게 완전히 마음이 없었다고는 못하겠어요 상황을 밀어낸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카쿠쵸가 꿋꿋하게 들이댄 걸수도 있고요 카쿠쵸는 타인의 기분이라든지 본능적이고 기이한 감각을 알아채는데 뛰어나거든요 이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혐오스러워하는지...

 

분명 느꼈을 거예요 키세키로부터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을 귀티나는 부잣집 아가씨가 스케반 무리와 어울려 지내는 것 집에 들어가기 귀찮다는 말버릇 얘기 중 가끔 튀어나오는 누군지 모를 언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과 퍼렇게 물든 광대뼈가

 

괜찮아요? 뭐가? 상처. 다치는 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어쩌다가 그랬어요. ... 대답하기 싫으면 됐구요. 으응.

 

이래서 안 되는 거야 너는 날 너무 사랑해서 내게 최대한의 절망을 선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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