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가출한 카쿠쵸 데려가는 키세키 시점 바꿔서 초딩쿠쵸 관만키땅으로

어느 겨울밤 갑작스러운 폭설에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다며 도쿄에서 삿포로로 이동하다 말고 어딘가에서 내려버린 키세키 같은 열차를 탔던 다른 승객들도 다들 웬 눈이 이렇게 많이 오냐며 투덜거리고 각자 하룻밤 묵을 곳을 찾기 위해 분주히 걸음을 옮겨 곧 바글바글했던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갈 곳 잃은 키세키 혼자 덩그러니 역사에 남는데 고개를 돌리니 벤치에 앉아 손장난 치는 초등학생 겨우 된 것 같은 애가 눈에 띄는 거야

저렇게 어린 애가 혼자 열차를 탔을 것 같진 않고 ...부모님 기다리나. 이 밤에 애를 방치하고 어딜 갔담... 부모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올라오는 역겨움에 키세키가 제 양팔을 문질러 아직 관동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위험해 지금 날이 추운 탓인지 불안감 탓인지 덜덜 떨리는 몸에 키세키가 따뜻한 캔음료를 뽑으려 자판기를 향해 캔음료 하나 뽑고 문득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남자애가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어 ...덜덜 떠는 듯한 웅크린 몸과 빨갛게 달아오른 손과 얼굴 지금 보니 옷도 그닥 따뜻하게 입지 않았네 제가 뽑은 따뜻한 녹차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키세키가 아이에게 다가가 얼어버린 손에 대뜸 캔을 쥐어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갑자기...

카쿠쵸도 당황스러웠지 뭐지 이 여자? 그때 카쿠쵸는 독기 가득한 반항아였던지라 뭐야, 소리치고는 키세키의 손을 탁 뿌리치는데 키세키는 아랑곳 하지 않아 카쿠쵸가 스스로 캔을 쥘 때까지 똑같이 얼어붙은 제 손으로 작은 손등을 감싸고 있어 키세키도 한 고집 하니까 말없이 실강이를 좀 벌이다가 결국 카쿠쵸가 졌어 사실 싫은 것도 아니었거든 따뜻하잖아 녹차의 온도가 누군지 모를 타인의 상냥함이

고맙습니다 안 해?
뭐?
싸가지가 없네
...고마워
말도 짧고
... ...고맙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사람에게 관심 가지지도 않았을 키세키가 카쿠쵸에게 말을 붙여 어디서 왔어. 뭐야 도쿄역에서부터 같이 탔네... 표는 혼자 어떻게 구했어. 훔쳤다고? 부모님은. 으응, 나도 없어. 보육원? 헤에 그렇구나. ...저도 모르게 제 어린 시절의 모습을 겹쳐본 걸수도 있고

카쿠쵸가 하는 얘기는 죄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데 키세키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쳐 부모님은 사고로 죽어버렸다는 말에 나느은... 응, 나도 죽었지. 이런 의미심장한 대답이나 하고 어린 애들은 제 말을 잘 들어주거나 대답만 잘해줘도 금세 호감을 느끼잖아 방금 전까지 지었던 날선 표정은 어디가고 금세 풀어진 낯으로 밝게 웃는 카쿠쵸에 키세키도 피식 웃어 카쿠쵸 앞에 쪼그려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눈 그치고 열차 운행 재개하면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가라며 뒤돌아서는데 카쿠쵸가 키세키의 늘어진 소매를 잡아당겨

나 갈 곳 없어
...그래서?
...

뭐 어쩌라고... ... 그럼 보육원으로 돌아가든지. 거긴 싫어!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역사에 크게 울리니 되려 카쿠쵸가 놀라 눈을 크게 뜨고는 제 입을 틀어막어 ...왜 싫어? 키세키가 물으니 고개를 푹 숙인 카쿠쵸가 입만 우물거리고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거기 애들이...

내 얼굴 이상하다고...

뭐? 그제서야 카쿠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는 키세키야 ...이렇게 큰 흉터를 못 봤네 주변이 어두운 것고 있고 관심도 없으니 원 카쿠쵸의 왼눈을 가로지르는 아직 움푹 패인 살갗을 매만지던 키세키가 덥썩 카쿠쵸의 손을 잡아

내 팔자 내가 꼬고 있네...
...어디 갈 거야?
몰라

초딩쿠쵸 자라서 고딩쿠쵸 되면... 키땅이 학교는 그래도 끝까지 다니라면서 고등학교까지 등떠밀어서 보내버렸을 것 같아 키세키 사정 대강 알고 있으니까 졸업식 안 올 거라고 생각하고 친구들이랑 시시덕거리고 있는데 와 저 누나 예쁘다 이런 말 들려와서 슬쩍 눈길 두니까 익숙한 사람이 있지 커카쿠쵸의 눈에는 꽃보다도 예쁜 웃음을 지으며 커다란 꽃다발을 품에 안겨주는 키세키야 졸업 축하해 나는 졸업식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서 와봤어 하고는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오라며 가버림

뭐야 카쿠쵸 여자친구냐??
아 아니 누나야
누나..? 하나도 안 닮았는데

카쿠쵸 친구들이랑 사진 찍는데 키세키가 여기 왔다는 사실에 애가 타서 나중에 확인한 사진 전부 표정 엉망이었을 것 같아 ㅋㅋ 친구들이 잘 지내라!! 뒤에서 외치는 것도 어어 다음에 또 보자 대충 대답하고는 후다닥 키세키가 등을 기대고 서 있는 담벼락으로 달려가는 강아지

누나 여기 금연...
알아
알면 왜 피우는 거야

친구들이랑은 인사 나눴어? 집에서 학교 얘기를 하도 안 하길래 친구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거든! 뭘 또 욱해... 찔렸냐? 누나아악

어린이날~이니까 초딩쿠쵸 관만키땅 조금더 풀어보기 ㅎ.ㅎ 의도치 않게 멍줍... 이 아니라 꼬맹이를 줍게 된 키땅 근데 쿠쵸를 잘 돌보지는 않았을 것 같아 당연함 (...) 키세키는 어디서든 동생이거나 막내였어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대하는게 영 서툴거든 초반에는 걸음이 빠른 키세키의 뒤를 카쿠쵸가 쫄래쫄래 쫓아오면서 누나 같이 가... 하는 느낌이었다면 중학생 때부터는 키세키의 빠른 걸음에 카쿠쵸가 보폭을 성큼 넓혀 따라잡아 얘가 언제 이렇게 컸지 그리고 왜 아직도 나랑 지내고 있지... 생각하면서도 어느 세계에서든 키세키는 카쿠쵸를 진심으로는 내칠 수 없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
집?

내 집 여긴데?
...으응

뻔뻔하네... 어릴 때부터 낯짝 두꺼웠던 카쿠쵸 키세키가 은근슬쩍 보육원에 돌아가는 것이 어떻냐고 얘기를 꺼내려고만 하면 단칼에 대화를 차단해버려 하지만 난 널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사랑을 줄 수도 없고... 하물며 키세키에게 가족이라는 것은 끔찍하기 짝이 없으니까 키세키는 카쿠쵸에게 누나라는 호칭은 허락한 주제에 어디가서 너와 나의 관계를 가족이라고는 정의하지 말라고 했어

카쿠쵸는 부모님 형제 가족 따스한 집... 모든 것을 그리워하고 동경하면서도 싫다 하면 여기서도 쫓겨날 것 같으니까 얌전히 응... 하고 말았고 근데 이것도 초등학생 때나 그랬지 머리 좀 크면서 키랑 힘 등 대부분의 신체 요건을 키세키를 넘어선 뒤로는 밖에서 누가 형제 있냐고 물어보면 대놓고 누나 한명 있다고 말하고 다님 (...)

누나의 엄마 아빠는 어쩌다 죽... 돌아가신 거야?
내가 죽였어
뭐? ...
거짓말이야
아잇 나 이런 거짓말에 이제 넘어갈 나이 아니...
거짓말이 거짓말인 편이지~
어느쪽인 건데?!

저때 키세키는 하루라도 약 없이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 카쿠쵸를 데려온 뒤로 약을 챙기는 날이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날부터는 아예 안 하게 됐어  그러다가 문득 어라 내가 언제부터 약을 안 빨았지 하게 되는 처음에는 뭐... 할 거 다 하고 살았다만 나름 배려 차원에서 문 잠그고 방에서 혼자 했어 못 볼 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어리니까 응... 충격 받을 수도 있고

사실 회피야 변명이고 핑계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손이 덜덜 떨려서 머리가 너무 아파서 숨이 안 쉬어져서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자기도 모르게 서랍장을 열었다가 문밖에서 카쿠쵸가 누나? 어딨어? 하고 부르는 소리에 멈칫하게 되는 키세키도 ... 서로에 의해 점점 변해가는 관계는 늘 옳다 그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いつもここで息をして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22.05.25
🦋  (0) 2022.05.25
🦋  (0) 2022.05.01
🦋  (0) 2022.05.01
🦋  (0) 2022.05.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