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리만큼 아침 햇살이 화창했던 그날은
키세키에게 카쿠쵸의 죽음에 대해 알린 사람은 산즈가 ... 아니었을 거야 산즈의 단정하지 못한 표정 행동 말투 뒤틀린 입꼬리 흐트러진 머리칼 이런 것들을 보고 키세키 혼자 눈치챘으면 몰라 산즈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의 말로를 입에 담을 리가 없으니까
쓰레기 시궁창 오물 더러운 새끼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게 없어 ... ... 의외로 바로 키세키까지 죽이진 않았고 한참 안겨 있을지도 모르겠어 방금까지 기절하듯 자고 일어난 탓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키세키의 맨 살결에 뺨을 부비며 어리광을 부려
죽었어? ... 죽였어? ...
아무것도 묻지 않은 이유는
우리 되게 오랜만이네
그게 지금 할 말이냐
이게 뭔데?
카쿠쵸 유골
왜?
뭐? 뭐가 왜야
개자식아
에?
냅다 욕처먹은 시온이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며 벙 쪄 있으면 키세키가 유골함을 빼앗아 가 유골을 받기 전까지는 부정할 수 있었는데 이미 알고 있던 너의 죽음을
있잖아
난 나를 사랑하는 네가 죽을만큼 미웠어
가치의 증명 사랑해주던 존재의 죽음 날 사랑하던 내가 사랑한 것이 아닌
미안 나 더는 누구에게도 사랑받고 싶지 않아. 키세키가 카쿠쵸의 마음을 거절했을 때 했던 말이에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람을 잃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어서요 카쿠쵸의 죽음에 키세키가 죽을만큼 괴롭다거나 하진 않았을 거예요 단지 저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은 카쿠쵸가 죽을만큼 밉긴 했습니다
성장기라 그런가 그새 키가 더 자라서 한참 위로 올려다봐야했는데 이젠 손바닥에도 올릴 수 있는 한 줌의 잿더미가 되어버렸네요
물컵에 수돗물을 받아요 바닥에 형형색색의 알약들과 뒤섞인 카쿠쵸를 한 움큼 쥐어 물에 담그고 한 모금에 삼켜버리면 ... 더럽게 맛없네. 잿가루가 맛이 있을리가 없죠 기대도 안 했어요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죽을만큼 괴롭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