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사변 직전 도주했던 키세키가 결좋은 흑색 머리칼의 색을 죄 빼고 금발로 살았던 이유는 도주하는 범죄자 신분인지라 자신을 숨겨야 해서 그런거였습니다
이 시점의 키세키는 아카네와 비슷한 외형이기도 하죠 애초에 사람 보이는 인상이라는 게 있으니 남들은 아카네를 연상시킬 수 없지만 재회한 카쿠쵸는 알아챘습니다 키세키가 일평생 아카네 흉내를 내고 있었다는 것을요
자신에게 지어줬던 사랑스러운 웃음도 전부 애정에서 비롯된 진심이었다기보단...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일인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평생 기억하기 위한 키세키의 발버둥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카쿠쵸는 평생 그 웃음에 갇혀 살아갈 것이니
변함 없는 카쿠쵸의 순애에 부조화를 느낀 키세키는 다시금 카쿠쵸를 밀어냈고 이자나를 대신해 천축의 꿈을 이루려했던 카쿠쵸는 언제까지고 키세키에게만 매달릴 수 없었기에 그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반면 천축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었던 산즈는 잊을만하면 키세키를 찾아와서 속을 들쑤시고 갔어요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나중에는 안 오면 괜히 심심했던 키세키는 어느날 문득 깨달아요 자신이 삶의 순간 속에 아카네의 이름을 바로 떠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그날 키세키는 길고 부시시했던 금발을 단정하게 잘라내고 까맣게 덮어버렸어요
혼자만 어른이 되어버린 키세키를 좋아해요 산즈와 카쿠쵸는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에 갇혀 살기를 자처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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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6.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