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천 kiss는 셋이 동거하긴 하는데 같이 사는 집에 키세키 혼자 있는 시간이 제일 많긴 할 거야 어느날 밤에는 카쿠쵸만 오고 하루는 눈 떠보니 둘 다 와 있고 다음날은 뜬금없이 낮에 산즈만 온다든지... ... 셋이서 사랑하는 기묘한 방식에 적응해가던 와중 어느 새벽 누가 문을 쾅쾅 두드려서 비몽사몽 잠에서 깨가지고 문 열어주는 키세키
흐릿한 시야에 눈 부비적 거리면서 아무 의심없이 도어락의 잠금을 해제해 그도 그럴 것이 이 공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셋밖에 없으니까 집에 있는 사람은 키세키 뿐이었고... 문을 여는 순간 누군가 쓰러지듯 기대버린 바람에 뒤로 엉덩방아 찧고 넘어진 키세키의 위로 피범벅이 된 산즈가 엎어져 안겨서는 거칠게 숨 몰아쉬는 거 보고 잠이 확 깨버려
산즈? 이름을 부르면서도 뒷수습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자기보다 한참 크고 무거운 몸 질질 끌어 침대에 눕히고는 문 밖을 살펴 한바탕 했나 새벽 내내 비가 온다고 했으니 목격자도 거의 없을 거고 뭘 봤다 해도 경찰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 비가 오니 길바닥에 널렸을 누군가의 혈흔은 해가 뜰 때면 지워질 거고 산즈가 발을 질질 끌고 온 탓에 아파트 복도부터 현관까지 남은 핏자국은 내가 닦으면 되니까 서둘러 치우면... 와중에 카쿠쵸는 연락을 안 받아 산즈가 이 지경이 됐으면 아마 카쿠쵸도...
...빠르게 판단한 키세키가 산즈의 품을 뒤적여 핸드폰의 전원부터 꺼버려 제 것도 전원을 끄고는 서랍 한 켠에 넣어둬 지금 여기가 제일 안전하다 생각해서 온 걸 테니까 동거인으로서 할 일은 해야지 산즈의 상처를 지혈하고 옷을 벗기는데 벌어진 살갗의 모양이 칼은 아닌 것 같고 총... 인가 총상은 오랜만에 봐서 가물가물하네
극한의 상황에 내몰릴 수록 침착해지는 자신에 헛웃음을 터트리는 키세키야 산즈가 어딘가에 노출되어 위험한 거라면 자신도 마냥 마음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닐 테니까 10년도 더 된 그날과 다른 점이 없어 사람이 어쩜 이렇게 한결 같을 수 있는지...
같이 사는 남자들이 다쳐오는 일이 많다보니 집에 준비되어 있는 건 많아 간단하게나마 응급처치를 하고 진통제를 놔준 다음에 기절한 듯한 산즈의 앞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준 키세키가 피를 닦으러 나가 양동이에 걸레의 물을 짜가며 누가 볼 새라 빠르게 닦으며 복도랑 엘레베이터의 보안카메라를 박살내는 것도 잊지 않았어 데이터는 범천에서 알아서 회수하러 올 것 같으니 이건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지
그리고 다음날 누가봐도 수상해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고급 아파트 단지에 나타난 탓에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조금 돌았다고 해 나 사실 새벽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 꼭 남자의 비명 소리 같았는데... 어머머 전 총소리도 들었다니까요! 에이 일본에서 총은 무슨 총이에요 천둥이었겠지! ... ...
키세키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핏물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든 채로 집 현관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마자 산즈가 목을 쥐어잡고 뒤로 밀어붙여 그 바람에 철문에 등을 세게 부딪혀 앓는 소리를 내는 키세키에게 산즈가 윽박 질러
너 뭐야
산즈, 잠시만...
너 씨발, 어디 갔었어
핏물이 현관 바닥에 번지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신발이 축축하게 젖어버리고 턱턱 막히는 숨통에 산즈의 손목을 꽉 잡고는 놔달라고 애원하는 키세키 지금 산즈는 제정신이 아니야 급습을 당하고 총까지 맞고 희미하게나마 남은 본능으로 집에 들어왔더니 있어야 할 사람이 제 곁에 없잖아 누가봐도 수상한 차림으로 나갔다가 조용히 기어들어온 것도 수상해 너 이 씨발...
평소였다면 절대 의심하지 않았을 사람의 목을 죽어라 조르다가 키세키가 걸레를 툭, 떨어트려서 힐끔 바닥을 내려다 봤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는 산즈야 황급히 키세키의 목을 놔주고 주저앉은 키세키를 당황이 가득 서린 시선으로 바라봐 콜록거리며 한참 숨을 고르다가 눈물 맺힌 낯으로
상처 벌어져...
이런 말이나 하잖아 벌컥 화를 내려는 산즈의 입을 키세키가 손바닥으로 막아서 말문이 턱 막혀 입 다물고 가서 누워있기나 해 아 그전에 주치의 연락도 좀 하고 스친 정도여도 꼬매야 해 나는 수술은 못... 이번엔 키세키의 말문이 막혀 냅다 무릎 꿇고 앉은 산즈가 입맞춰서
키세키의 얼굴을 가리던 모자를 벗겨내고 뺨을 꽉 쥐어 상체를 바짝 붙이는 산즈야 허리에 임시 방편으로 감아둔 붕대에서 피가 스미는 것을 본 키세키가 금세 산즈를 밀어냈지만… …일단 들어가자. 제 목에 벌겋게 남은 손자국을 매만지는 산즈를 억지로 일으키고는 엉망이 된 현관을 애써 무시하고 실내로 들어가 일단 침대에 흐느적거리는 몸뚱아리를 던져놓고 흠뻑 젖었을 신발을 정리하러 가려는 키세키의 팔을 산즈가 잡아채고는 끌어당겨 순식간에 제 몸 위로 눕혀서 꽉 끌어안아
너 피 나잖아
입 다물어 골 울려…
…
하 씨발. 낮게 욕을 짓씹은 산즈가 팔뚝으로 눈가를 가려 평소에는 거슬리지도 않았을 방의 형광등 마저 눈이 부시다 못해 멀어버릴 것 같아 머리가 핑핑 돌고 시야는 뿌옇고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아 대뜸 키세키를 의심하고 목을 조르고… 차마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없어 아니 하고 싶지 않아
방금은 네가 잘못했어 쿄우 내 곁을 벗어나지 말라 했잖아 내가 우리가...
미안해
...
한참 그렇게 안겨 있다가 겨우 산즈의 품에서 벗어난 키세키가 깨끗한 붕대와 소독약을 챙겨와 기껏 지혈해뒀더니 제멋대로 굴기나 하고... 키세키가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다시 감아주는 동안 산즈는 다른 간부들은 무사한지 확인해 관심 없는 척 하면서 흘긋거리는 키세키에 산즈가 픽 웃으며 비꼬는 듯한 투로 넌 이 와중에 핸드폰 전원까지 끌 정신머리가 있었냐고 물어 키세키는 곧장 불퉁한 낯으로 산즈를 쳐다보고
너 생각해서 그런 거야
카쿠쵸는 멀쩡하댄다
…
나말고 걔 생각한 거겠지
아직도 질투해?
뭐래
산즈가 진통제를 먹는 것을 확인한 키세키가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자 다시 팔을 붙잡아 당겨 동시에 제정신 아닌 놈 상대하기 참 성가시다는 생각도 했고
이리 와
누워서 쉬고 있어
내가 오라고 했잖아
넌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지?
하… 한숨 쉰 키세키가 산즈의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가 따뜻하고 익숙한 산즈의 품에 안기는 게 싫다고 생각한 적 없어 이 상황이 싫은 거지 산즈도 약기운이 도는 지 그새 통증이 가라앉은 모양이야 거칠던 호흡이 안정되고 더는 식은땀이 흐르지 않아 가슴팍에 귀를 대고 규칙적인 심장 박동을 느껴 멀끔해진 낯으로 키세키를 빤히 내려다보던 산즈가 고개 숙여 깊이 키스하며 호흡을 나누는 이 순간이 지독할 정도로 애틋하게 느껴진다면
넌 역시 싫은 걸까나 난 카쿠쵸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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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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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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