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어 중에 하나는 おかえり예요 이유는... 사랑해 좋아해 미안해 고마워 같은 애정을 기반한 감정 표현을 꺼려하던 키세키 나름의 사랑스러운 언어라서요

어른이 된 키세키는 카쿠쵸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어울리지 않게도... 타인을 생각하는 삶 따위 살아온 적 없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잠든 카쿠쵸의 심장 위에 새겨진 낙인을 보고 어깨에 남은 두 발의 총탄자국을 보면 하염없이 슬퍼져요

카쿠쵸는 완전히 잠들지 않았기에 언제나 슬픈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키세키를 알고 있어요 대부분 모른 척 해주지만 가끔은 눈을 떠서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해요 여전히 짓궂은 연하남이니까요 ...그게 최선의 애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귀가한 카쿠쵸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언젠가부터 키세키가 종종걸음으로 마중을 나왔어요 말도 없이 다가와서 허리를 끌어안거나 차갑게 식은 뺨을 감싸거나... 그 행동의 끝은 언제나 저녁은 먹었어? 라는 다정한 물음이지만요 이건 카쿠쵸가 끼니를 거르는 날이 많아서 그래요

그날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어요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날인가 하면 그것도 아닌 그저 어느 한겨울의 밤

카쿠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어김없이 키세키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느릿하게 다가와요 그렇게 걷지 말래도... 카쿠쵸가 중얼거리는 말에 키세키는 대꾸하지 않아요 돌아오지 않는 대답도 익숙하니까 그래서 더 의미없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키세키의 입에서 뜬금없이 어서 와. 라는 말이 나온 순간 카쿠쵸는 구두를 벗다말고 우뚝 멈춰서버려요 놀랐거든요 키세키도 분명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말문이 트인 직후 배웠을 평범한 인사예요 어색하지 않아요 다만 그 인사의 대상이 자신을 향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카쿠쵸는 울고 말았어요 어리고 여렸던 과거의 자신을 위한 눈물을 뚝뚝 흘려요 키세키 씨가 그 말을 언제쯤 해줄지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기대했던 카쿠쵸를 향한 동정이었어요

당신은 이상해요 포기할 때가 되면 내게 희망을 줘요 꾸깃꾸깃 접혀버린 마음을 다시 펴서 사랑을 적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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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키는 자기 흔적을 잘 남기지 않아서 그런지 기억에서도 쉽게 잊히는 편인데 카쿠쵸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사람이라는 확신을 준 이유가 뭐일까

기억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기억의 유통기한이 만 년이기를

한국에서는 기억이 곧 사랑이니까 번역할 때 의역한 거라 하더라고 보면서 조금 신기하고 슬펐어 이 대사가 카쿠쵸랑 어울린다는 사실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점차 주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히는 키세키를 어떻게든 기억하기 위해 아득바득 살아남기 위해 패배한다 한들 맨손으로 땅바닥을 내리쳐가며 살갗이 벗겨지는 고통에도 꼴사나운 모습을 당신에게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카쿠쵸

너무 어렸어 너무 큰 상처를 줬어 누가 상처받았고 누가 버림받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남은 건 단 하나뿐 제 집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주인 없는 싸구려 일회용 칫솔

산즈와 키세키가 치부를 공유하는 동안 카쿠쵸는 야망을 이룬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굴러다녔다는 것도 너무...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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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파라단대부터 관만으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카쿠쵸가 웃는 모습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항상 찡그린 표정 화내는 표정 당황한 표정 무언가에 굴복당한 상처 가득한 어린 아이 같은 모습... 분명 2년 전보다 몸도 크고 머리도 컸을 텐데 말이죠

그랬던 카쿠쵸가 타케미치한테 한 방 얻어맞고 떨어져 나간 순간부터 나의 히어로라는 말을 하면서 이상하리만큼 환히 웃는데 그때 보인 웃음이 어떤 의미였는지 카쿠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거예요 누군가는 비웃는 것이라 생각했고 누군가는 진심으로 웃은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죠

후에 산즈와의 접전에서 카쿠쵸는 다시 웃어요 이자나를 생각하며 웃고 너와, 타케미치와 재회할 수 있었다며 웃고 마지막으로 나쁜 인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분명 웃고 있어요 딱 하나 분명한 건... 자신을 향한 연민이나 동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무언가 덜그럭 걸린 듯한 불편한 마음은...

최종 결전이 일어났을 때 키세키는 아마 약에 잔뜩 취해서 곤히 자고 있었을 거예요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올리면 날이 밝아 환한 햇빛이 대충 쳐둔 암막커튼의 틈으로 들어오고요 ... ...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인데 느껴지는 불편한 마음과 기시감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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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나도 네가 마음에 안 들었거든

의미 없는 삶 속에서 목숨을 바치기로 한 남자를 만나고 어릴 적 히어로를 재회하고 ... 당신을 사랑했고 남는 것은 심장을 가로지르는 상처 뿐이라 해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어쩌면 카쿠쵸는 가장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몰라요 끝까지 누군가를 위해 싸웠으니까요 목숨을 바치고자 했던 사람을 잃은 뒤 모든 의욕을 상실했던 자신이 다시 싸울 수 있었으니까... 다만 단 한 가지 정말 딱 하나만 미련이 남는다면 그건

더는 살아서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겠죠

이대로 완결이 난다면 산키쵸의 이야기도 여기서 끝이 나겠네요 산즈에겐 허무할지도 모를 엔딩이지만요 카쿠쵸랑 키세키는 지옥문 앞에서 둘이 함께 걸어들어가기나 하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조금은 솔직해진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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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난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았어

그냥 번호 누르고 들어오지 왜... 전날 밤늦게 집에 들어온 탓에 잠이 모자라 짜증이 잔뜩 묻은 목소리의 키세키가 매캐한 담배 냄새와 피곤에 절은 낯으로 현관을 열어 괜한 짓을 한 산즈에게 투정 부릴 준비를 하는데 평소보다 높이 마주하는 시선에 기시감을 느낄 틈도 없어

저는 번호를 몰라서
...
...머리, 잘랐네요

지금 내가 스물일곱이니 카쿠쵸는 스물다섯이겠구나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네가 내 눈앞에 있어 그리움과 보고 싶다는 욕구는 반비례해서... 예상치 못했던 재회에 키세키가 눈만 끔벅거리니 여전히 무감한 낯의 카쿠쵸가 손을 뻗어

늘어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려는 순간 매섭게 제 손등을 쳐내는 키세키에 멈칫해 그것도 잠깐 아주 짧게...

보고 싶었다는 말이 허용되지 않을 지금의 당신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단순한 어린 애의 투정 같아 보이지 않을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어려서 그런가봐요

자신보다 한참 작고 마른 몸을 부서져라 품에 끌어안는 카쿠쵸에 키세키가 눈물을 뚝 떨어트려 저는요 모든 게 처음이에요 키세키 씨는 언제나 제 처음이고 시작이었어요 ...


kkks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처음 썼던 서사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카쿠쵸의 모든 처음은 키세키였고 키세키일 것이고 그걸 바란다는 나름의 순애(...)다운 고백인 거죠

관동만지회 결성 직후 지금 본지 전개로 따지자면 2대 도만이 개입하지 않았을 삼천항쟁 이후일까요 그때 카쿠쵸는 천축의 꿈을 쫓아 키세키의 곁을 떠나요 영영 가버릴 것처럼 굴어놓고는 돌아온 카쿠쵸에 키세키는 그에게 평생 보일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눈물을 흘리고요

갈 거면 영원히 가버리길 바랐어요 제발 부탁이니... 사랑해주지 않았으면 했어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어째서 사랑하는 마음은 저버릴 수 없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어요 스물 다섯의 카쿠쵸와 스물 일곱의 키세키는 형체도 남지 않게 빠그라져 엉망이 되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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