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난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았어

그냥 번호 누르고 들어오지 왜... 전날 밤늦게 집에 들어온 탓에 잠이 모자라 짜증이 잔뜩 묻은 목소리의 키세키가 매캐한 담배 냄새와 피곤에 절은 낯으로 현관을 열어 괜한 짓을 한 산즈에게 투정 부릴 준비를 하는데 평소보다 높이 마주하는 시선에 기시감을 느낄 틈도 없어

저는 번호를 몰라서
...
...머리, 잘랐네요

지금 내가 스물일곱이니 카쿠쵸는 스물다섯이겠구나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네가 내 눈앞에 있어 그리움과 보고 싶다는 욕구는 반비례해서... 예상치 못했던 재회에 키세키가 눈만 끔벅거리니 여전히 무감한 낯의 카쿠쵸가 손을 뻗어

늘어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려는 순간 매섭게 제 손등을 쳐내는 키세키에 멈칫해 그것도 잠깐 아주 짧게...

보고 싶었다는 말이 허용되지 않을 지금의 당신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단순한 어린 애의 투정 같아 보이지 않을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어려서 그런가봐요

자신보다 한참 작고 마른 몸을 부서져라 품에 끌어안는 카쿠쵸에 키세키가 눈물을 뚝 떨어트려 저는요 모든 게 처음이에요 키세키 씨는 언제나 제 처음이고 시작이었어요 ...


kkks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처음 썼던 서사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카쿠쵸의 모든 처음은 키세키였고 키세키일 것이고 그걸 바란다는 나름의 순애(...)다운 고백인 거죠

관동만지회 결성 직후 지금 본지 전개로 따지자면 2대 도만이 개입하지 않았을 삼천항쟁 이후일까요 그때 카쿠쵸는 천축의 꿈을 쫓아 키세키의 곁을 떠나요 영영 가버릴 것처럼 굴어놓고는 돌아온 카쿠쵸에 키세키는 그에게 평생 보일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눈물을 흘리고요

갈 거면 영원히 가버리길 바랐어요 제발 부탁이니... 사랑해주지 않았으면 했어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어째서 사랑하는 마음은 저버릴 수 없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어요 스물 다섯의 카쿠쵸와 스물 일곱의 키세키는 형체도 남지 않게 빠그라져 엉망이 되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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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소중히 여겨

카쿠쵸는 성씨가 없잖아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뒤 보육원에 맡겨지고 어딘가에 남아있을 서류에서는 말소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는 점차 잊힌 카쿠쵸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그래도 네 이름은 예쁘잖아. 나비. ...키세키 씨도 이름 예쁜데요. 난 내 이름이 제일 싫어. 왜요? 싫어하는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하나.

애매하게 대답했지만 이유는 아주 명확해 성씨는 누군가와 가족이라는 증명이니까 가끔은 낙인 같은... 그래서 난 아무 의미 없는 이름을 가진 네가 부러워

...쿄우 씨

... 뭐어,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괜찮다면요
딱히
역시 별로라면 그만둘게요
그게 뭐 중요하다고
...
이름 같은 거

산즈는 키세키를 냅다 이름으로만 부르는데 이것도... 카쿠쵸와 산즈가 각자 키세키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 좋아하니까 아껴주는 사람과 좋아하는 만큼 막 대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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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그네에 긴다리 수납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서 키땅 기다리던 쿠쵸 한밤중이지 않았을까 키세키는 밤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으니까 집에 있기 싫어서 그랬던 것도 한 몫하고

유독 피곤했던 날이어서 불편한 자세로 고개 꾸벅꾸벅 움직이며 졸다가 깜박 잠들어버린 카쿠쵸야 기척 없이 다가와서 쪼그려 앉은 자세로 아래로 푹 숙인 카쿠쵸의 낯을 빤히 쳐다보던 키세키 이래도 안 깨? 이래도? 하는 심보로 손을 뻗다가 멈칫하고는 도로 아래로 내려

그냥 충동이고 장난이니까 다른 의미 없어 궁금해서 그런거야 누구를 향한 변명인지는 모르겠어 카쿠쵸가 퍼뜩 잠에서 깨면 늘어놓을 말을 곱씹은 걸지도 모르지

키세키가 상체를 살짝 올려서 입술이 맞물리는 순간 눈을 뜬 카쿠쵸는 바로 앞에 키세키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당혹스러웠어 당황해서 얼어붙어있는 카쿠쵸를 보고 되려 뻔뻔하게 깼어? 대꾸하잖아

곧장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제 입만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는 새빨개진 카쿠쵸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는 키세키야

처음이야?
아니, 아니... 에, 어? 지, 지금...
해봤자 뽀뽀인데 뭘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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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놈이 날 사랑하는 바람에 내 인생을 망친 거라고 모진 말 내뱉고는 혼자 잔뜩 상처받은 표정 짓는 키세키랑 울고 싶은 사람은 자기라고 무던한 낯으로 대꾸하는 카쿠쵸 어느 범천 시공에서 건조한 어른이 되어버린 둘이겠지

언젠가는 이자나와 마이키가 함께했잖아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 존재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 둘이 하늘 아래 공존함으로서 산즈와 키세키도 엮일 일이 없었고 오롯하게 카쿠쵸와 단 둘만의 세상 속 키세키는 ...

결혼할 생각 없어? 뜬금없는 이자나의 물음에 카쿠쵸가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뭐? 하고는 반문해 이자나는 여전한 시선으로 카쿠쵸를 바라보며 되묻게 만들지 말라는 듯 눈치를 주고 카쿠쵸가 한참 눈자를 굴리다가 성가시게 결혼을 왜 해... 대꾸하니 이자나가 대놓고 비웃네

언제는 그 성가신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 같더니
내가 언제

아니거든...

그리고 상대도 딱히... 없어. 눈을 내리깔고 중얼거린 카쿠쵸에게 한참 시선을 두던 이자나가 뭐어, 그렇긴 하지. 대답해 간극 사이 흐르는 정적이 숨통을 조여 ... ...

기억력 좋은 이자나가 키세키의 존재를 잊었을 리 없잖아 알면서도 부러 빼먹은 것도 아닐테고 어쩌면 이자나가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긍정인 거지 키세키 쿄우는 카쿠쵸의 반려가 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거든 ...아 맞다, 그리고 너.

다 들통날 거짓말은 하지 마
...
기분 더러우니까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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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키의 푸석한 금발을 매만지는 카쿠쵸 기어코 눈 내리지 않았던 2년 전 겨울 그날에는 분명 결 좋은 흑색이었는데 정돈되지 않아 죄 엉킨 머리카락이 손끝에 걸려 힘을 주고 풀어내려하니 약에 취해 기절하듯 잠들었던 키세키가 으응 소리를 내고 몸을 뒤척이니까 멈칫하고는 손을 물러

살면서 눈물 많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는데... 이상하게 키세키가 곁에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나잖아 분통 터지고 가슴이 아려오고 귀가 먹먹해지며 시야는 온통 뿌옇게 번지는 혐오스러운 감각에 숨죽여 우는 카쿠쵸와 서툰 손길이 머리에 닿은 순간부터 잠에서 깨어났지만 모른 척 눈 감고

있잖아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누군가의 간섭으로 깨끗해졌던 키세키의 팔뚝에는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멍이 가득해졌고 살인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던 카쿠쵸는 며칠 전에도 사람을 죽였어 그런데도 전과 다름없는 우리는 잘못된 걸까? 우리가 잘못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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