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세키는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울면 체면 못 차리고 추하게 운다고 혼났거든요 차라리 눈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체념하는게 편했나봐요 키세키의 언니는 키세키보다 감수성이 풍부해서 눈물도 많았어요 네 동생은 울지도 않는데 왜 넌 우냐며 배로 혼나는 건 덤이고요 키세키는 그럴 때마다 언니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담담히 서 있다가 같이 방에 들어가서 언니의 위로를 잔뜩 받았습니다 이상해요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언니인데요
하루는 키세키를 대신해 키세키의 부모님께 말대꾸를 한 아카네가 키세키의 손을 붙잡고 무릎을 꿇고 앉아 용서를 빌었어요 이상해요 이건 불합리하잖아요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아카네가 아닌데요 키세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요 울고 싶지만 울지 못했어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언니는 ... 상상만으로도 견딜 수 없어요 분명 언니는 키세키를 그렇게 쳐다볼 리가 없는데요
지금도 처음이야 당신이 내 앞에서 눈물 보인 게...
다만 훌쩍 커버린 카쿠쵸의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진 게 이상해요 불합리해요 왜 울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눈물이 나와버린 걸까 추해? 별로야? 왜? ... 네가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으니까
알고 있어요 저 때문에 운 게 아니라는 것까지 전부 그러니 더 울어도 돼요 울고 싶으면 울어요 평생 대용품이라도 괜찮으니까 사랑하게 허락해주세요... ...